개혁주의 세계관

하나님께서는 나를 학생으로 부르셨다. 내가 대학교 공부하는 것을 소홀히 여기는 것은 절대로 안되는 일이다. 그리고 일하기 위해서 쉬는 것이지, 쉬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정말로 지금까지 내 소명에 있어서 무관심하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시 열심히 공부하고 세상 밖으로 벗어나려고 하지 말자. 그리고 공부하는 만큼 다른 것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물질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닌데 나는 물질이 그 자체로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구원은 물질 그 자체로부터가 아니라 그 물질이 잘못 사용되어지는 것으로부터다. 사람 관계, 일, 여가 모두 선한 것인데 그것을 잘못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올바르게 인도하여 주신다.

이것을 세상 학문에 적용시킨다면 철학이나 사회학 그 어떤 이론도 모두 기독교의 진리와 반대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분명히 하나님의 일반 은혜가 거기에도 나타나 불신자들의 일에서 배우고 섬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상 철학을 성경에 적용시키면 안된다.

철학자의 날카로운 논리와 훌륭한 논증 방식은 학문(사실상 신학)에 대단히 중요하지만, 하나님, 우리 자신, 구속의 계획에 대한 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경우에 있어서 결코 성경을 대신해서는 안된다.

“성경은 구원과 경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충족한다. 다시 말해, 성경은 성경의 목적이 미치는 영역과 관련된 모든 것을 충족한다. 하지만 성경은 인생을 위한 ‘실용적인’ 조언이나 비법을 수록한 마법서가 아니다.” 그렇다. 성경은 분명 우리 구원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은 기록해 두었지만, 우리 힘으로 알아낼 수 있는 자연 계시에 속한 지식들은 기록해 두지 않았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알 수 없는 하나님이 누구시고 하나님께서 무슨 일을 하시는가에 대해서 성경을 통해 계시해 주시지만 다른 것들은 우리가 스스로 알아내도록 맡겨두셨다. 우리가 피해야할 태도는 하늘에 속한 일과 땅에 속한 일을 혼동하는 태도이다. 두 영역 사이에 확실한 선을 긋되, 우리는 두 영역 모두에서 좋은 유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성경만이 줄 수 있는 유익과 위로를 이 세상에서 찾으려고 하거나 아니면 세상 학문만이 줄 수 있는 지식을 성경에서 찾으려고 하는 태도가 바로 우리가 피해야할 태도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울중 걸린 우리 엄마를 내가 상대할 때도 나는 무조건 성경에 대해서만 알려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를 연구하고 치료하려고 하는 의사들이 분명 존재하고 그들의 전문지식을 구하는 것도 아주 현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구나. 무조건 이 세상 지식이고 이 세상 철학이라고 해서 멸시하면 안되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이번 학기에 철학을 공부하는 것도 아주 선한 것이 될 수 있는구나. 그것을 공부하고 거기서 분명 유익을 얻을 수 있구나. 내가 피해하는 것은 성경을 읽을 때 그리고 하나님에 관한 지식을 알려고 할 때 성경이 아니라 철학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구나.

“애초에 헛된 철학의 주장을 잘 모르고 헛된 철학의 주장에 담겨 있는 장점에 무관심하고 헛된 철학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데 무능하다면, 어떻게 헛된 철학의 주장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나는 지금까지 마음과 생각을 분리했으나 성경은 마음과 생각을 하나로 간주한다. 하지만 마이클 호톤은 말하기를 성경은 사람의 존재에 대해 설명할 때 언제나 마음과 생각, 감정과 지성을 하나로 융화해 유기적인 완전체(organic whole)로 본다고 한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내가 하나님을 올바르게 알 때만이 올바르게 경외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경외와 지식은 서로 연관된 개념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대로 하나님을 많이 알면 알수록 하나님을 더욱 경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당화하는구나.

만약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연 계시 그리고 특별 계시, 땅의 일(그리스 철학 자체)와 하늘의 일(하나님과 구원에 대한 근본 진리)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면 지금까지 내가 공부해왔던 것은 꽤 많이 잘못되었구나. 나는 지금까지 배타적으로 신학만을 공부했다. 이 세상의 학문에 내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여겼고 그 생각 뒤에는 신학이 자연 계시에 속한 학문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자연 계시를 모르면 안되는구나. 자연 계시에 속한 여러 가지 학문도 진리를 포함하고 있으며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구나. 안 그러면 사람이 고지식해지고 융통성이 없어지는구나. 그게 지금 나 아닌가.